K-콘텐츠의 성장이 눈부시다. ‘오징어 게임, 폭싹 속았수다’에 이어 지난달 공개된 애니메이션 영화 ‘K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 20개국 이상에서 스트리밍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적인 스타의 탄생은 물론 문화·관광 산업 분야에 파생되는 효과에 더해 글로벌 소비재 수출 역시 크게 늘고 있다. 이처럼 넷플릭스나 디즈니+, 유튜브 같은 글로벌 플랫폼이 콘텐츠 산업의 판도를 뒤흔드는 가운데, K-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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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K-콘텐츠 중, 글로벌 스트리밍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정재, 이병헌 주연의 스릴러 드라마
2.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장기간 스트리밍 순위 1위를 차지한 이지은, 박보검 주연의 휴먼 드라마
이제 전문가들은 K-콘텐츠가 글로벌 플랫폼에 종속되거나 특정 콘텐츠 장르로 편중될 수도 있다는 우려와 함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및 지속 가능성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 간의 치열한 경쟁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콘텐츠 지식재산권(IP) 확보, 글로벌 플랫폼과의 협상력 제고, 정부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지만, 이에 대한 실질적 대책과 실행이 부족한 현실 때문이다.
K-콘텐츠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정부 차원의 규제 개혁이나 진흥·지원 실천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행히 최근 지방정부 중 인천시의 K‑콘랜드(K-Con Land) 조성 사업 계획 추진 소식이 들리는데, 이는 K-콘텐츠 분야 육성 과제의 ‘실천’이라는 측면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인천시는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의 영상문화·미디어·엔터테인먼트 인프라를 기반으로, K‑콘랜드를 구상하고 있다. 단순한 테마파크 조성을 넘어 콘텐츠 산업의 생산·소비·글로벌 유통을 통합한 융합형 클러스터 구축에 초점이 맞춰진 것인데, 막대한 투자 비용 마련과 정부의 정책적 혁신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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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다양한 즐길거리 가득한 파라다이스시티의 ‘원더박스 & 아트스페이스’
4. BMW 차량과 관련된 다채로운 볼거리와 체험을 제공하는 ‘BMW드라이빙센터’
그간 보도에 따르면, 콘텐츠 제작 경험과 기술이 풍부한 미국 기업들이 올해 들어 잇따라 이 사업에 투자 의향을 내비치는 분위기다. 최근 케슬러 컬렉션은 아시아 시장 진출 전략의 일환으로, K-콘랜드 프로젝트에 투자를 결정했다. 프로젝트에는 엔터테인먼트사 ‘태양의 서커스’를 설립한 캐나다 기업 룬 루즈 그룹도 전략적 파트너로 참여한다. 할리우드 미디어 기업인 MBS 그룹도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했다. MBS 그룹은 북미와 유럽 전역에 걸쳐 600개가 넘는 스튜디오에 연간 1,000편 이상 작품을 제작·지원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에서 경쟁력과 가능성이 읽힌다. 하지만 정부의 제도개선 노력과 실천 부분은 상당히 취약하다. 투자 유치 활성화를 위해서는 시의적절한 제도적 보완과 실천이 시급하다. 법제도 정비, 재정투자, 인재 육성, 글로벌 연계 등 다각도의 동시적인 정비와 실천이 요구된다.
법제도 측면에서는 「콘텐츠산업진흥법」 등에 지역 클러스터 지정 및 인센티브 조항 신설 등 지원 확대가 요구된다. 또 문화산업단지 관련 확대 적용을 위해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등을 재검토하고, 세제 혜택과 관련해서는 「조세특례제한법」에 지역 제작 인센티브 및 콘텐츠 투자 비용 일부 보전, 세액 공제 확대를 통한 국내외 투자기반 확대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글로벌 거대자본 투자유치에 대해서는 다양한 법제도 검토와 개혁적 실천이 절실하다.
재정 관련으로는 글로벌 사업자 투자유치에 더해, 지역 맞춤형 K-콘텐츠 펀드 조성과 제작보조금·창업지원금 등의 마련이 요구된다. 더불어 인재육성 차원에서는 콘텐츠 특성화 교육기관 연계 및 실무 콘텐츠 인력 양성 프로그램 운영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연계사업으로는 국제 공동제작 촉진을 위한 글로컬라이징 협력 및 해외 콘텐츠 사업자 협업 촉진 등이 요구되고, 인천국제공항 연계 체류형 콘텐츠 체험 서비스나 관광 콘텐츠 연계사업 유치 등 새롭고 다양한 시도가 권장된다.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이 가진 경쟁력을 지속 가능한 형태로 이어 나가기 위해서는 선발 주자 이상의 노력과 실천이 필수적이다. 인천시의 K-콘랜드 조성 사업은 K-콘텐츠 인기의 지속 가능과 동시에 미래 발전을 위한 전략을 강화하려는 실천이라는 점에서 고무적인 사례다. 앞으로 정부와 지방정부가 합심해 전방위적으로 한 치의 흐트러짐없이 계획을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래야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K-콘텐츠의 K-콘랜드’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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